힘 빼기에 힘 쓰기*




혀 피어싱이 하고 싶다. 그런 짓을 왜 하냐고 물어보면 핀터레스트에서 봤는데 예뻤다는 것 말고 할 말이 없다. 이태원 길거리를 휘적 휘적 걷다 피어싱 가게가 있길래 상담을 받았다. 혀 피어싱을 하면 최소 일주일은 혀가 엄청나게 붓기 때문에 2cm정도의 기다란 임시 피어싱을 끼고 지내야 하고 말하거나 밥먹을 때도 불편하다고 한다. 아무리 들어도 그냥 형벌일 뿐일 뿐이길래 결국 귓볼 두 쪽만 뚫고 돌아갔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혀 피어싱이 아른 아른 거렸다. 심지어 전시 포스터에도 혀 피어싱 이미지를 대문짝만하게 넣어버렸으니 이건 뚫을 수 밖에 없다며 캘린더에 금요일- 혀 피어싱 이라고 적었다.

그 주 화요일에 친구와 합정에서 술을 마셨다. 진토닉과 감자튀김을 먹다 갑자기 지금 혀 피어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이렇게 신내림 받듯 뜬금없이 진행된다.) 마시던 칵테일도 그대로 둔 채 근처에 10시 반까지 여는 피어싱 집이 있다며 뛰어갔다. 친구도 귀를 뚫기로 했다. 가는 길에 타르트 가게가 있길래 마지막 식사라며 에그 타르트도 사먹었다.

10시 반까지 한다던 피어싱 집은 폐점 시간도 아닌데 불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바로 한 건물 건너에 아직 문을 연 다른 피어싱 집이 있었다. 역시 홍대다. 심지어 피어싱만 20년 하신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라 더욱 믿음직스럽다. 유리장 너머로 피어싱 디자인을 고르고 시술 의자에 앉았다. 아저씨는 계속 혀를 에- 하고 내밀고 힘을 완전히 풀라고 했다. 아니 저는 힘 다 풀었는데요? 그래도 힘을 풀라고 했다. 힘을 빼면 안 아프고 힘 주거나 움직이면 아픈데, 그건 내가 만들어 내는 고통이라고 했다. 


“혀는 사실 귀 뚫는 것보다 안 아파요.”


나는 그게 순 구라라고 생각했다.

거진 1분 내내 아저씨에게 혓바닥을 잡힌 채 어눌한 발음으로 ‘힘 풀었어요… 아직이라구요? 힘 진짜 풀었는데...’ 만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저씨가 내 혀에 바늘을 쑥 집어 넣었다. 

정말 걱정보다 하나도 안 아팠다. 혀에 꼬챙이가 달린 채 생각했다. 그냥 받아들이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걸 내 걱정이 쓸데 없는 고통을 만드는 구나. 혓바닥 한 가운데 뚫린 구멍은 곧 반짝이는 실버색 피어싱으로 채워졌다. 

요즘 무섭고 회피하고 싶을 것이 생길 때마다 입안의 피어싱을 굴리며 생각한다. 

그냥, 힘 빼면 안 아파.




* 힘 빼기에 힘 쓰기: 좋아하는 팟캐스트 제목을 인용. 유익하고 재밌으니 한 번 들어보세요.